2020/주저리주저리 14

13. 일본에서 미대 유학생으로 산다는 것 - 졸업전시와 졸업 후 그 많던 미대생들은 무얼 하고 있나

매년 1월이면 졸업전시로 학교는 분주해진다. 올해는 코로나의 여파로 비교적 늦은 3월에 졸업전시가 있었다. 졸전은 어느 나라 미대도 똑같이 학생들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프로젝트이다. "졸업"을 앞두고 학교를 벗어나 사회에 나가는 첫걸음을 내딛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졸업하고 오랜만에 모교의 졸업전시를 다녀왔다. 학생이었을 때와 졸업생의 신분으로 학교를 가는 것이 이렇게나 다를 줄은 졸업을 하고 나서 알았다. 매일 자전거 타고 등교했던 길을 오랜만에 가려니 가는 길 걸음걸음 멈춰서 지난 나날들을 회상하게 되었다. 졸업전시는 전 학과의 모든 학생들이 참여하기 때문에 모든 전시를 보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그래도 오전부터 바삐 집을 나선 덕분에 캠퍼스를 전부 도는 것에는 성공했다. 어느 작품도 학생들의 고민..

12. 일본에서 미대 유학생으로 산다는 것 - 내가 좋아하는 내가 되기 위해서

나는 하루에도 기분이 롤러코스터 타 듯이 변한다. 그런 나날들 속에서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나의 모습이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 어느 날은 내가 너무나 미워서 하루 종일 어두운 방 안에 혼자 울다 잠들 때도 있다. 이런 날은 대부분 먹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풀려고 한다. 그러고 나면 또 배가 불러 기분이 나빠져 과식을 했다는 죄책감에 사로잡혀 내가 나를 점점 싫어하고 원망하게 된다. 해야 할 일이 산더미 같이 느껴질 때, 어디론가 훌쩍 떠나버리고 싶을 때 대부분 내가 싫어하는 나의 모습이 되어버린다. 그럴 때마다 생각한다. 내가 좋아하는 나의 모습은 어디에 있는 것인지, 또 어떻게 하면 좋아하는 나의 모습으로 하루하루 충실히 보낼 수 있을까? 일본에 와서 그리고 미대에 다니면서 가장 많이 바뀐..

11. 일본에서 미대 유학생으로 산다는 것 - 미대와 음대를 동시에 다닐 수 있다? 미대생 음대에 가다.

미대와 음대는 어떻게 보면 닮아있기도, 또 전혀 다르기도 한 공간이다. 미술과 음악은 같은 예술로 인식되면서도 교육방법은 또 전혀 다른 아이러니 한 두 학문이다. 나는 음악 선생님이셨던 부모님 덕분에 어릴 적부터 피아노와 클래식 음악에 관심이 많아 중학교 시절에는 예고를 가고 음대에 진학하고 싶어 했다. 오히려 어렸을 때는 미술보다 음악을 더 좋아했다. 그러나 당시의 나는 그저 취미로 피아노를 뚱땅거리는 수준이었고, 언제나 악보를 보지 않고 제멋대로 피아노를 쳐서 혼나고 나보다 연주를 잘하는 아이들은 널리고 널렸다는 사실에 그저 나는 오래도록 즐기면서 치는 게 좋아 취미로 남겨두기로 했다. 그렇지만 나는 아직까지도 어쩌면 음악에 대한 갈망이 아직 조금 남아있었는지도 모른다. 그 후 미대에 오게되어 두 번..

10. 일본에서 미대 유학생으로 산다는 것 - 코로나 이후의 일본의 미대와 미술관

코로나 이후의 미술대학은 어떨까. 우선, 매 년 대학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4월의 입학식과 3월의 졸업식이 무산되었다. 일본 정부는 올해 4월 7일부터 5월 25일까지 약 1개월 반 동안 긴급사태 선언을 내렸다. 일본에서 4월은 모든 것이 시작하는 달이기도 하다. 예를 들면, 학교의 입학식, 회사의 입사식 등등이 4월이 시작을 알리는 중요한 달임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모든 것이 뒤바뀌었다. 회사도 마찬가지로 입사식은 온라인 입사로 대체되었고, 재택근무를 기본으로 하는 회사들이 점점 늘어났다. 그 와중에 미술관은 온라인 근무가 가능할 리가 없기 때문에, 기나 긴 휴관에 들어간다. 이 시기에 월급이 삭감 되거나, 혹은 무급이 된 사람들도 적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

9. 일본에서 미대 유학생으로 산다는 것 - 예술활동을 지속한다는 것에 대하여

나는 비록 그림을 그리지도, 작품을 만들지도 않지만 미대를 다녔던 4년 간 주변에 작품 활동을 꾸준히 해나가는 동기와 선후배를 보며 느낀 개인적인 생각을 이야기하려 한다. 우리는 창의성을 가르침 받지 않았다. 일본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12년 간의 정규 교육 과정에서 우리는 창의성을 어떤 과목에서도 가르침을 받지 않았다. 특히나 획일화된 교육현장에서 줄 세우기 식의 등수 매기기와 국영수 중심으로 배워왔던 나로서는 갑자기 대학교에서 창의적인 것을 해보라고 주문을 받아도 할 말이 없어지는 때가 다반사였다. 이는 일본도 마찬가지였다. 특히나 수능이 가까워진 지금 이때 나는 더욱더 그 시절이 생각난다. 모두가 정해진 레일을 따라 달리는 경주마와도 같이 주변을 볼 새도 없이, 오로지 수능이라는 도착지점 하나만을 ..

8. 일본에서 미대 유학생으로 산다는 것 - 미대의 꽃 예술제, 그리고 일본 대학동아리

미대 하면 예술제, 예술제 하면 미대.미대를 이야기할 때 예술제는 빼놓을 수 없는 존재이다.왜냐하면 이 축제를 위해 살아가는 학생들이 미대에는 꽤 많다. 한국에서 대학교를 다니던 시절 대학 축제는 나에게 음주를 합법적으로 교내에서 즐기기 위한 일종의 놀이 문화였다.그래서 나는 딱히 참여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고, 축제 때는 오히려 학교를 가지 않았던 날이 많았다. 이 곳에 오기 전부터 각종 일드로 섭렵된 나에게 일본은 중고등학생 때부터 동아리 문화가 활발하다는 인상이 강했었다.그리고 그것은 실제로 겪어보니 상상이상으로 대단한 것이었다.자신의 작품을 전시하는 것은 물론, 플리마켓을 참가 신청하여 열 수도 있고, 공연도 기획할 수 있다.또 이 세 가지를 다 할 수도 있다! (그러다간 몸이 남아나지 않을 테지만..

7. 일본에서 미대 유학생으로 산다는 것 - 일본에서 영어공부는 필요할까?

대학에 들어와 보니 일본어를 당연하게도 쓰는 일상이 되었다. 그런데, 일본어는 얼마나 잘해야 잘한다고 느낄까? 한국과 일본은 지리적으로도 가깝고 서로의 언어를 배우기에 매우 유리한 조건이다. 문법과 발음도 비슷하면서 대충 한자를 쓰지는 못해도 어떻게 읽는지 알기만 한다면, 개인적으로 영어보다 배우기 쉬운 축에 속한다. 또한 한국에서는 일본어를 전공하지 않더라도 일본어를 잘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이제 더 이상 일본어는 메리트가 없다고 한다. 그런데 정말 메리트가 없을까? 나의 경험에 빗대어 말하자면, 제2외국어를 배우는 것은 제2외국어만을 의존하려고 해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의존하는 데에 언젠가 한계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 곳 일본에서 외국인이 일본어를 잘 하는 것은 나름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

6. 일본에서 미대 유학생으로 산다는 것 - 유학 후 인간관계에 대해서

유학 후 라기보다 정확하게는 한국을 떠나 온 후의 인간관계에 대해서이다.일본으로 오고나서 이 곳에서의 인간관계도 새로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특히 일본에서 살면서 일본인과 인간관계를 이루어 나가기란 한국에서보다 많이 달랐기 때문에 나름의 시행착오를 겪었다. 워킹홀리데이 때에는 쉐어하우스에서 살았기 때문에 저마다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관계를 이루며 살아간다.나는 그때까지는 몰랐다. 일본인 친구를 사귀기가 이렇게 어려운 건지. 앞서 말하지만, 특정 부분을 일반화 하는 것이 아닌 내가 겪은 경험을 나의 시선에서 기록하기 때문에 개인적인 차이는 있을 수 있다. 나는 일본에 처음 와서 쉐어하우스에 살았다.그때 처음 친해진 것이 나의 옆 방에 살던 N상이다. 아직까지 연락을 하고 지내지는 않지만, ..

5. 일본에서 미대 유학생으로 산다는 것 - 현실적으로 유학하는데 드는 비용과 장학금 받기

유학은 돈이 많이 든다. 특히 예술을 공부하는 것은 돈이 배로 든다. 그렇다고 내가 부자여서 유학을 했던 건 결코 아니다. 유학하기 전에 실제로 유학하는 동안 얼마나 돈이 드는가 현실적으로 짚고 넘어가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아직 경제적인 자립을 하지 못했다면 더더욱) 현실적인 비용을 알지 못하면 뜬 구름만 잡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언제나 잊어버리지 않게 현실로 단단히 돌아오자. 워킹홀리데이 때 아르바이트로 생활을 하고 미대에 합격했다고해도 갑작스레 유학비용이 어디선가 짠 하고 나타나는 일은 없다. 내가 다닌 학교 기준으로 1학기 당 학비는 대략 820~850만원 선이었다. (환율에 따라도 차이가 커진다) 1년 학비가 아니라 1학기이고, 우리 과는 재료나 실습 수업이 없기 때문에 다른 과 보다 유독..

4. 일본에서 미대 유학생으로 산다는 것 - 미대에서는 무엇을 배우나

미대에서는 무엇을 배울까. 미대에 입학하기 전에 나도 궁금해했다. 도대체 미대에서는 무엇을 하는 걸까. 가장 먼저 미대라고 하면 생각나는 그림을 그리는 것. 미대생들은 전부 다 그림을 잘 그릴까? 나는 사실 그림을 못 그린다. 오히려 어릴 적 그린 그림이 더 잘 그렸다. 그렇다면 그림도 못 그리는 내가 미대에는 무슨 수로 들어갔을까. 일반적으로 일본에는 한국처럼 종합대학 안에 단과대로 미대가 있는 구성은 극히 드물다. 미대, 음대, 상경대, 각자 독자적인 대학들이 꽤 많다. 물론 종합대학도 있지만 한 가지 학문에 특화된 특수목적대학교(?) 같은 느낌의 학교들이 많다. 나는 일본에 오기 전 까지는 한국의 종합 대학에 익숙해져 있어, 일본의 미대만 있는 캠퍼스가 신기하기도 하고 궁금했다. 그렇게 들어간 미대..